“일상(日常)의 기적(奇蹟)”

서석철
2025-02-17

 

“일상(日常)의 기적(奇蹟)”

 

글 / 서석철 단장

 

약 4~5년전부터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있고 사용하기 불편해서 가끔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작년 12월 중순 어느 날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통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 후 검사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회전근개파열로 진단되었다. 수술을 해야 하지만 염증이 심해서 당장 수술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염증 수치가 잡힐 때까지 항생제 투여와 통증과의 싸움이 3주 정도 지속되었다. 몸에 병이 생기니 나의 일상이 뒤엉키고 모두 멈춰버렸다. 지루한 병원 생활을 하면서 갑자기 고(故) 박완서 작가의 “일상(日常)의 기적(奇籍)”이라는 글이 생각났다.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 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걸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 했던 터라 어쩔 줄 몰라 쩔쩔매는 중이다....-중략-

 

내가 그랬다. 평소에 사소하게 여겼던 모든 일들이 하룻밤 사이에 굉장한 일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수술 후 5주가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오른쪽에 보조기를 착용한 채 모든 일을 왼손으로만 해야 하는 일이 더 많다. 식사, 씻는 일, 양치, 옷과 양말을 입고 벗는 일 등등 말이다. 아니면 아내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일이 더 많아졌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이렇게 힘이 드는 일이 될지는 전혀 몰랐다.

 

5주가 넘는 지루한 병원 생활이었지만 이번 질병을 통해서 “은혜(恩惠)”라는 찬양의 가사처럼 내 삶의 모든 순간이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고, 모든 것이 은혜였다는 고백이 새삼 공감(共感)되었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감사(感謝)를 잊고 살았는지, 뒤돌아보는 아주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날들이 매일 반복되는 아주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대단한 일이고, 기적이라고 여겨질 줄 누가 알았을까?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는데, 이렇게 아파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평범한 매일의 일상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전 어느 등산가가 지리산을 다녀오면서 경험한 기적에 대해 쓴 “400,000:0의 기적”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이 지리산 등반을 마치기까지의 걸음이 약 4십만 보 정도인데, 그 많은 걸음을 걷는 동안 오르막, 내리막, 돌부리와 나무뿌리를 수도 없이 지나쳤을텐데, 돌부리에 걸리거나 내리막길에 미끄러져서 넘어진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어느 스포츠 경기에서 “400,000:0”이라는 점수를 본 적이 있느냐“라는 질문과 함께 그게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이냐고? 다시 돼 묻는다.

 

이렇듯 우리는 우리와 늘 함께 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한다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이 모든 것이 은혜였다고 고백하는 일상(日常)의 기적(奇蹟)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고후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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